1. 관세 타결의 의미
이번 협상의 의미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출 리스크의 부분적 완화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의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동차 부문과 같은 주요 제조업 품목의 관세 인상 논의가 사실상 보류되고, 현행 세율이 유지됨에 따라, 당초 거론되던 25% 수준의 인상 가능성이 해소되었다는 점에서, 세율 인하보다는 인상 억제의 성격이 강한 합의로 평가됩니다.
둘째, 통상 협상을 통한 안보 협력 확보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자동차·배터리 등 전략산업 관세 조정과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제시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도입 및 관련 기술 협력 검토라는 안보 분야의 실질적 보장을 이끌어냈습니다. 즉, 경제적 양보 대가로 안보 기술 협력의 문이 열린 셈입니다.
셋째,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 간 연계 강화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 조정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투자 확대 논의 등 산업정책적 요소가 통상 정책 협의 과정에서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이는 관세 문제를 산업협력과 연계해 다루려는 것으로 해석되며, 향후 공급망 안정화 및 전략산업 분야에서 제도적 협력 기반이 강화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이번 타결이 모든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간 통화스와프 등 외환시장 안정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고, 주요 제조업 품목 중심으로 우선 타결된 상태입니다. 반도체, 철강, 농업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세부 협의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며, 이들 산업 특성상 보조금·위생검역(SPS)·기술규제(TBT) 등 여러 비관세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세부 이행 사항이나 품목별 적용 시점, 향후 미국 산업보조금 정책 변화 등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한미 FTA로 기존 무관세였던 품목들에 대해 일정 수준의 관세율이 새롭게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산업계 일각에서는 ‘1차 합의는 타결되었지만, 2차·3차 협상 라운드에서 조정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이번 합의를 단순히 ‘관세 리스크 종료’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향후 미국의 정책 전환, 경쟁국의 대응 움직임 그리고 타결되지 않은 산업 분야에 대한 후속 협상 결과를 함께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동시에 공급망 구조를 고도화하고 대미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전반을 재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 향후 주요 절차
1) 한미 합의문(MOU) 서명 및 법적 구속력 확보
한미 양측은 아직 관세협의안 및 한미 투자기금의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한 공식 양해각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공개 후에 세부사항에 대한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후 이를 공식화하기 위한 시행 법령 또는 행정명령이 마련돼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11월 중순 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 예정이며, 법안이 통과되면 관세 인하 시점은 11월 1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일부 품목에 대한 후속 협상
금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반도체와 민감 품목(농산물, 쌀, 쇠고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율 및 세부조건 등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해당 품목 모두 국가 핵심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어, 타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 협상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반도체의 경우 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대만 협상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농업 분야는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의 검역 완화나 수입 절차 간소화 등의 요구 대응과 국내 농산물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세율 협상이 필요합니다.
3) 대미 투자 이행
미국 내 전략산업에 대한 현금투자 2,000억 원 및 조선업 협력 투자 1,500억 원을 이행하기 위해 투자위원회(美)/ 협의위원회(韓)가 설립되어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협의할 예정입니다. 이와 별도로 국내에서는 투자 펀드 운용 주체 선정 등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동시에, 국내 기업과 금융 기관은 해당 타임라인에 맞춰 자금조달 계획 및 투자 리스크 평가 및 미국 법인 설립 등이 예상됩니다.
4) 투자 이후 감시 및 분쟁해결체계 구축
금번 대미 투자는 국내 기업 관점에서 미국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이지만, 그만큼 미국 현지조건(공장설립, 현지고용, 노사관리, 규제준수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입니다. 또한,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이 미국 기업 대비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미 간 상호검토체계 확보 및 분쟁해결메커니즘 마련을 추진해야 합니다.
3. 주요 경쟁국과의 비교 및 산업 영향
반도체 (한국 vs 대만)
대만은 현행 0% 관세가 유지된 상황에서 최종 관세율을 협상 중에 있으며,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최종 관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금번 협의에서 한국은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결정되어,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자동차 (한국 vs 일본)
트럼프 정부 이전 관세 대비 금번 협상으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경쟁국인 일본 대비 하락하였습니다. 과거 일본 대비 2% 수준의 우위를 점했던 관세로 인한 제품 가격 경쟁력은 이제 양국 동등하게 15% 관세를 적용 받으며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2025년 4월부터 적용받았던 25% 고관세 리스크는 해소되었습니다.
방산∙조선 (한국 vs 중국)
대미투자로 인해 미국이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내 수주·협력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조선 분야에서의 협력을 공개 승인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제재 및 수출통제 리스크로 인해 규제환경 하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바이오 (한국 vs 중국)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있는 제네릭(복제약)의 경우 무관세 유지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여전히 관세 논의 단계에 머무는 상황 대비 안정된 수출 여건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