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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현재 구조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과거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기술 축적,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 비용 효율화, 선진 OEM 중심의 생산·유통 질서를 바탕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경쟁 기준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우수한 차량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누가 더 유리한 공급망 구조를 갖고 있는지, 누가 더 빠르게 개발과 생산을 반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누가 더 유리한 정책 질서 안에 위치하는지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 EV 산업의 부상이 있습니다. 중국은 단순한 저가 생산국이 아니라, 비용·속도·디지털 통합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모델을 구축하며 글로벌 EV 시장 질서 자체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하나의 단일 시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두 개의 시스템으로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과 가격 경쟁력 기반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개방형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는 블록화 시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자동차 산업을 과거의 기술 경쟁 중심 산업에서, 지정학·정책·공급망 구조가 결합된 복합 경쟁 산업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전환은 아래와 같이 과거와 현재의 시장 구도 차이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중국 EV 산업의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진 구조적 경쟁 우위에서 출발합니다. 중국은 초기 보조금과 규제 완화를 통해 EV 내수시장을 형성한 뒤, 이후 시장 선별과 경쟁을 거쳐 BYD, CATL과 같은 강력한 플레이어를 육성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제조기업이 아니라, 자원 채굴과 소재 정제, 배터리 생산, 차량 설계, 소프트웨어, 생산, 리테일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통합하는 사업 구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 중국 EV 산업은 추격자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표준을 새롭게 정의하는 선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EV 산업의 경쟁력은 세 가지 측면에서 확인됩니다. 첫째는 비용 경쟁력입니다. 대규모 내수 시장과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기반으로 원재료부터 완성차까지 통합된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대비 구조적으로 낮은 원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속도 경쟁력입니다. 설계, 검증, 양산을 병렬적으로 수행하는 개발 구조를 통해 글로벌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의 개발 기간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기술 통합 역량입니다. OTA, ADAS, 지능형 Cockpit 등 핵심 기능들의 통합제어가 가능한 중앙제어 SoC 설계 역량을 키워왔고 이제는 글로벌 표준 형성에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미와 유럽 등 Established Market은 중국과 다른 전략 방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IRA를 통해 공급망 내 중국 참여를 제한하고,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관세와 기술 규제를 결합하여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산업 보호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자체를 재편하는 영향력을 가지며 자국 EV 시장의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EV 전환 속도를 둔화시키고 있으며, 글로벌 OEM들의 전략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EV 전환을 중심으로 한 단일 전략이 지배적이었다면, 최근에는 ICE·HEV·EV를 병행하는 다중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책 불확실성과 수익성 압박, 지역별 수요 차이를 반영한 결과이며, EV 전환 속도가 지역별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은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완성차, 배터리, 부품을 모두 보유한 국가로서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중국·미국·유럽 시장 모두에 접근 가능한 구조적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격 경쟁에서는 중국, 프리미엄 경쟁에서는 유럽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중간자 포지션’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한국 기업에는 Two-Track 전략이 요구됩니다. 개방형 경쟁 시장에서는 기술 차별화와 프리미엄 전략을, 블록화 시장에서는 현지 생산과 공급망 대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문제이며, 향후 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EV 시장은 ‘하나의 미래’가 아닌, 서로 다른 두 개의 시나리오가 동시에 전개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은 단일 전략의 우수성이 아니라, 복수의 시장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