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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과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나침반이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공급망 재편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기존의 운영 방식과 성장 공식을 단순히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기반으로 조직과 업무, 의사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전환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예측불가성, 가속성, 변동성, 상호연결성이 확대되는 ‘NAVI(Nonlinear, Accelerated, Volatile, Interconnected)의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EY한영은 국내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2026년 국내 경제에 대한 인식과 기업 운영 및 AI 전략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개최된 ‘2026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주요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18개 산업의 경영진 242명이 참여했습니다. 응답 기업은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기업이 28%, 5000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 기업이 23%, 5000억 원 미만 기업이 49%로 구성돼, 서로 다른 기업 규모의 경영진 시각이 반영됐습니다.
지난 2025년 글로벌 거시경제는 고금리 유지와 지정학적 긴장, 자국우선주의 심화로 인해 기업 경영에 전례 없는 하방 압력을 가했습니다. 특히 한국 경제는 경기 둔화와 내수 침체, 정치 리스크 등이 맞물리며 경영 심리가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에 들어서며 분위기는 호전되고 있습니다. 2026년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은 최근 몇 년간의 흐름과 뚜렷한 대비를 보였습니다. 지난해의 극심한 불확실성을 지나 올해 경제 상황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인 53%가 2026년 국내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EY한영이 지난 5년간 진행한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중은 4%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에서 ‘부정적’ 응답이 91%에 달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결과입니다. 자산 규모별로도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응답 비중이 고르게 나타나, 경제 전반에 대한 회복 기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살아나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55%는 자사 실적이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전년(41%) 대비 14%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반면 실적 악화를 예상한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은 12%에 그쳐,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긴 터널을 지나온 기업들이 실적 개선에 대한 현실적 기대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기와 실적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동반 개선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여전히 최우선 리스크로 꼽고 있습니다. 2026년 기업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환경 리스크를 묻는 질문에서 ‘경기 둔화 및 경제 불확실성’이 64%로 가장 높았으나, 이는 전년(76%) 대비 감소한 수치입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및 원자재 가격 상승(50%)과 전 세계 주요 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정책(통상·무역)(46%)도 구조적 외부 변수로 기업 경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기적인 심리 회복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경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 환경 변화, 정치·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일정 비중의 응답을 차지하며, 불확실성의 다면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회복세 속에서도 불확실한 외부 환경을 고려해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향후 2년간 기업들이 가장 집중할 혁신 전략으로는 운영 효율화 및 자동화(35%)와 기존 사업 강화 및 매출 극대화(33%)를 지목했습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운영 효율화 및 자동화’에 대한 응답은 2024년 25%, 2025년 29%, 2026년 35%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신규 사업 분야 개척’은 27%, 24%, 19%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기업들이 무리한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을 중심으로 한 내실 강화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는 제품·서비스 혁신 및 연구개발(R&D)(55%)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AI 등)(50%)이 가장 많이 선택됐습니다.
이렇듯 AI는 이러한 전략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가운데 기업들의 AI 도입과 투자도 전년 대비 확연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전사적 또는 일부 영역에 AI를 이미 도입한 기업은 73%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아직 도입하지 않았으나 향후 도입을 계획 중인 기업은 26%였으며, AI 도입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1%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향후 2년 내 AI에 추가 투자 계획을 보유한 기업은 89%에 달해, AI가 기업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자산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AI 투자 및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업들이 AI 도입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자동화 등 운영 효율화(77%), 데이터 분석 및 예측 정확도 향상(71%), 제품 또는 서비스 혁신 및 개발(5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AI를 도입한 기업들이 체감한 효과 역시 운영 효율성 제고 및 비용 절감(75%),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강화(62%), 업무 자동화 및 인력 구조 변화(52%) 등 내부 운영 영역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반면 고객 경험 개선(27%)이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11%) 등 가치 창출 단계에서의 체감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AI 확산의 속도만큼이나 과제도 분명합니다. AI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 중인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로는 ‘AI 전문 인력 및 내부 역량 부족’이 7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명확한 AI 전략 및 전사적 추진 체계 부재(47%), 데이터 품질과 정합성 문제(40%)도 주요 과제로 지적됐습니다. 다만 투자 대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전년 57%에서 올해 38%로 낮아졌고, 규제·법적 리스크는 24%에서 6%로, 윤리적 문제는 6%에서 1%로 감소해 AI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증된 AI 방법론 또는 데이터 활용 시 내부 운영 효율화는 비교적 달성하기 수월한 영역인 반면, 신사업과 제품·서비스 혁신과 같이 AI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로 확장하는 것은 극소수의 준비된 기업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입니다. AI를 활용한 운영 효율화로 확보한 인력을 R&D와 제품·서비스 혁신에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인간과 AI의 협업 구조를 설계하고, 인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예측불가성이 일상이 된 ‘NAVI의 시대’, 신중한 경영 전략과 과감한 기술 투자의 조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합니다.